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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한국 골프장은 '가마솥 안 개구리' <103>

by 마우대 2023.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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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에서는 펄펄 끓는 물이나 기름이 가득 담긴 가마솥에 사람을 밀어 넣어 죽게 하는 형벌인 '팽형(烹刑)'을 가했다는 기록이 있다(상). 조선시대 때 '팽형'을 가할 때 쓰인 것으로 알려진 가마솥(하). 조선시대 때 팽형은 모양새만 냈지만 형 집행이 끝나면 죽은 사람처럼 장례를 치르고 누구도 만나지 못하게 했으며 평생 외출이 불가했기 때문에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주었다고 한다.

 

오직 골퍼들 지갑 털기 올인...'폭망'의 길로

 

'끓는 물속의 개구리(boiling fog)'란 말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끓는 물속에 개구리가 들어가면 깜짝 놀라 뛰어나오겠지만, 점점 따뜻해져 끓게 되는 물에 들어가면 위험한 줄도 모르게 가만히 있다가 죽는 개구리를 일컫습니다. 서서히 일어나는 중요한 변화에 반응하지 않는 사람들을 은유적으로 비판할 때 '끓는 물속의 개구리 같다'라고 표현합니다. 1869년 독일의 한 생리학자의 실험 결과 뇌를 제거한 개구리는 서서히 끓는 물에서 탈출하지 않았다가 죽고 말았고, 온전한 뇌를 가진 개구리를 25 ℃에서 탈출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탐욕에 찌들어있는 대한민국의 골프장 대부분이 바로 '끓는 물속의 개구리'와 꼭 닮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골프장들은 입으로만 골프 대중화를 외치면서 고객을 봉이자 호구로만 취급합니다. 자꾸 비용을 올리며 지독하게 고객들의 지갑을 털어왔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은 한국 골프장들에겐 탐욕을 채우는데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습니다.

600만 골퍼들은 하이에나로 돌변한 골프장 업주들에게 마구 뜯기는 순한 얼룩말 같은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반면 골프장들은 3년여 동안 '봉이 김선달식 폭리 영업'을 실컷 즐겼습니다.

 

한국 골프장들은 발이 꽁꽁 묶인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을 호재로 삼고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식음료대를 마구 올리는 폭리갑질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하이에나 떼들이 순한 얼룩말을 공격하는 이 장면은 한국 골프장과 골퍼들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골퍼들 먹잇감 삼고 맘껏 유린...외면 강요당해

 

그렇게 한국의 골프장들은 찾고 또 찾고 싶은 골퍼들을 먹잇감으로 삼고 맘껏 유린해 왔습니다. 먹잇감이  600만 명이나 되니까 두고두고 뜯어먹어도 된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코로나 19 엔데믹이 선언되자마자 고객들은 한국 골프장들을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외면을 강요당했다는 표현이 더 적확합니다. 비싼 골프 비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지요. 구매력이 약한 은퇴자들과 젊은이들은 아예 골프를  포기하고 다른 대중 스포츠로 갈아타야 했습니다.

골프장이 개구리라면 고객은 솥 안의 물입니다. 코로나 19는 솥안의 물을 가열하게 데워준 장작더미와 같았습니다. 냉랭하기만 했던 솥 안의 물이 코로나가 덮치면서 해외로 나가는 발길을 꽁꽁 묶어버리면서 갑자기 장작불이 거세게 타오른 것입니다. 솥안 물은 금세 데워지기 시작합니다. 골프장 업주들은 제 세상을 만났습니다. "아이 좋아라!", "이렇게 좋을 수가?"를 연신 외쳐댔습니다. 너도나도 주중 주말 그린피를 30만~40만 원대까지 올렸고, 주말 그린피 51만 원짜리 신생 골프장도 나타났습니다.  
 

골프장 비용이 천정 부지로 치솟자 골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많은 골퍼들은 한국이 '골프 강국'이 아니라 '골프장 강도국'으로 추락했다는 푸념을 내뱉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기름통 지고 불구덩이로 돌진하는 형국

 

그린피뿐만 아니라 온갖 구실을 들이대며 카트비, 캐디피, 식음료대도 올렸습니다. 기름통을 짊어지고 불구덩이로 돌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이에나(골프장)들은 초원에서 마음대로 놀고 싶은 얼룩말(골퍼)들을 쓰러뜨리고 줄기차게 뜯어먹었습니다. 대한민국은 골퍼들이 라운드 한번 하는데 50만~100만 원을 지갑에서 꺼내야 하는 나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습니다. 많은 골퍼들은 이런 표현까지 내뱉고 있습니다. '골프 강국'이 아니라 '골프장 강도국'으로 변했다고요.  골프장 업주들에 대한 원망이 극에 달한 상황입니다.

대한민국 모든 언론 매체, 유튜버, 블로거들이 나서 골프장들의 탐욕을 비판을 쏟아냈지만 얼룩말 고기 맛에 심취한  하이에나들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먹잇감이 600만 명이나 줄을 서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고객은 얼마든지 있으니 올 테면 오고 갈 테면 가라"는 식으로 배짱을 부려도 된다고 판단한 것 같았죠. 제가 아는 골프장 업주는 코로나 19 기간에 최고가 외제차를 구입, 눈총을 사고 있습니다. 땅짚고 헤엄치기 식의 영업을 하고 있는 그들의 은행 계좌 잔고는 매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을 것입니다. 
 

가마솥에 있는 개구리는 장작불에 서서히 데워지는 물을 처음에는 겁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물이 끓기 시작하면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까. 한국 골프장들이 가마솥의 물이 데워지기 시작할 때의 개구리와 똑 같은 처지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세정·사정 당국, 골프장 폭리갑질 왜 방치할까?

 

고객의 피 같은 돈을 지갑에서 울궈내고 있는 골프장 업주들 사이에서 곧 '한국 최고 현금 부자'가 탄생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5천만 인구의 12%나 차지하는 600만 골퍼들의 원성이 극에 달했는데도 관계 당국이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정부와 지자체, 세무 당국, 사정 당국은 국민 편이 되기를 거부하고 500여 골프장 업주들 편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골프장들의 폭리갑질 행태가 한참 정상궤도를 벗어났는데도  관계당국은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가마솥 안의 개구리가 삶겨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걸까요?

그러나 모든 일에 끝은 있기 마련인 법. 골퍼들의 지갑은 결코 영원히 솟아나는 샘물이 아닙니다. 골프의 속성은 가고 또 가게 만듭니다. 그러나 감당 못할 정도로 치솟은 골프장 비용이 코로나 19 이후에도 내릴 기미가 보이자 않자 결국 골퍼들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약 잘 되고 저렴한 해외 골프장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코로나 19 엔데믹을 선언한 2023년 봄 이후 해외로 나가는 골퍼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해외 골프장에선 5만~10만 원이면 라운드를 할 수 있는데, 한국에선 10~20배나 비싸니까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가 강화되면서 세계 경제에 심각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한국 골퍼들이 왜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을까? 골퍼들의 지갑은 결코 영원이 마르지 않는 샘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난 심화... 비싼 골프장부터 직격탄 예상

 

제가 볼 땐 한국 골프장들의 앞날은 대오각성이 없는 한 비관적입니다. 일본 골프장들이 폭망 한 이유는 버블 경제가 붕괴되면서 기업들이 법인카드 사용을 못하게 한 점이 결정적인 이유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접대골프가 불가능해진 것이 골프장 영업에 직격탄이 된 것이지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의 중국 견제 등이 심화되면서 최근 들어서는 한국 기업들도 사정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대표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뚝 떨어져 비상이 걸릴 정도로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뒤뚱거리는 상황입니다.

부동산 경기마저 얼어붙어 세금이 걷히지 않아 정부가 2023년 들어 한국은행에 긴급자금 100조를 빌렸다고 합니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골프 접대를 포기, 지출을 줄이려고 합니다. 라운드 한 번 하는데 50만 원, 100만 원을 쓸 수 있는 법인카드가 사라진다는 얘기입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소비자인 골퍼들의 지갑사정도 빠듯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도, 정부도, 소비자도 함께 어려워진 이런 상황에서는 제일 먼저 직격탄을 맞는 곳이 비싼 골프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골프장들이 떠나는 골퍼들을 다시 불러들이려면 비용 인상에만 매몰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고 처절한 경영합리화로 지속발전 가능한 골프장으로 거듭 나야 한다.

 

"비용 인상보다 처절한 경영합리화로 승부"

지속발전 가능한 골프장 경영형태 자리 잡길

 

불행하게도 한국 골프장들은 코로나 19라는 장작더미가 영원히 타 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버렸고, 지금도 달콤하기 그지없었던 '탐욕의 잔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떠나고 있는 고객을 다시 골프장으로 불러들이려면 '합리적인 그린피'를 제시해야 합니다. 카트비도 대폭 낮추고 캐디 선택제 등을 시급히 도입해야 합니다. 골프장들도 모든 기업들이 그러하듯 처절한 경영합리화에 올인, 합리적인 비용을 받고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해야 합니다.

'우물 안 개구리(정저지와·井底之蛙)'는 하늘의 넓이와 바다의 깊이를 우물만큼의 넓이와 깊이만 이해할 뿐입니다. 한국의 골프장들이 딱 그 지경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대오각성을 통해 한국 골프장들이 세계 골프시장을 겨냥한 짜임새 있고 탄탄한 경영전략을 구사할 수 있기를 학수고대합니다. 그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대한민국 600만 골퍼도 즐겁고 자랑스러우며, 골프장들도 지속발전 가능한 골프장으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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