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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한국 골퍼들의 '애환', 이해 됩니다" <90>

by 마우대 2023.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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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야 코코파 리조트의 학산빌리지 cc의 전경.

 

"한국분들이 왜 비행기를 타고 일본까지 와서 골프를 즐기는지 이젠 이해가 됩니다."

 

"갑자기 한국 손님 많아진 이유 알게 되었어요"

한국인 A 씨는 일본 골프장에서 근무하는 사회 초년생입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애독자인 그는 최근 SNS를 통해 이런 글을 저에게 보내왔습니다. 저는 그동안 '인생골프'를 통해 한국 골프장들의 초고비용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을 자주 다룬 바 있습니다.

A 씨는 저의 글을 읽고 자신이 일하는 골프장을 찾는 한국 손님이 갑자기 많아진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20대 후반인 A 씨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골프 비용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골프장에서 근무하면서 코로나 19 엔데믹 이후 왜 갑자기 한국인 고객들의 방문이 급증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인생골프'를 통해 확인했다고 하니 블로그 운영자로서 보람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부끄러웠다고요? 한국 골프장들의 폭리갑질행태의 단면들을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청운의 꿈을 키우고 있는 젊은이에게 '고국의 아픈 실상'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A 씨도 한국 골프장들의 폭리갑질 행태에  많이 놀라면서도 부끄럽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 나고야 코코파 리조트 학산빌리지 cc 주변에 있는 통나무집 숙소.

 

"한국 골프장 초고비용 못견딘 고객이라면...." 

자신이 일하는 골프장을 많이 찾아와 줘서 고맙기는 하지만 실상은 한국 골프장들의 상식에 벗어난 가격을  견디지 못하고 떠밀리듯이 찾아온 고국의 고객들이 많다는 점을 이해했다면 A 씨 또한 분명히 유쾌하지는 않았겠죠?

고향이 부산인 A 씨는 참 반듯한 청년입니다. 고국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부산에 계신 부모님을 늘 그리며 타국에서 자신의 당찬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A 씨가 바라보는 일본 골프장의 운영 실태는 어떠한지, 일본에서 바라보는 한국 골프장의 행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인터뷰 형식으로 의견을 나눴으면 합니다.

저는 인생골프 <86>편 「그린피 50만 원의 '벽'도 훅 넘다니...」라는 제하의 글에서 강원도 카스카디아 cc의 초고가 그린피 책정을 비판했습니다. <86> 편을 쓰면서 일본에서 성실히 일하고 있는 A 씨가 불쑥 생각났습니다. 젊은 청년 A씨도 고국의 어떤 골프장이 그린피 51만 원을 책정한 사실에 대해 저와 같이 굉장히 부끄러워하지 않았을까요.

그린피 50만 원은 일본 대중골프장 그린피의 5~10배 수준입니다. A 씨 입장에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5~10배 부자 나라도 아닌데 그린피를 왜 저토록 비싸게 받아야 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했을 겁니다.

 

일본 나고야 코코파 리조트 '미에 피닉스 cc'를 지키고 있는 화목(花木).

 

"그린피 51만원 책정은 '개념없는' 골프 철학의 산물"

저는 카스카디아cc가 주중 그린피 39만 원, 주말 그린피를 51만 원으로 책정한 것과 관련해서 나름대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골프장 업주의 '무개념 골프 철학'을 먼저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 업주에겐 골프의 즐거움은 눈곱만큼도 없고 오직 돈만 추구하고 골프장 건설에 나섰다는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골프도 분명히 스포츠입니다. 그것도 중독성이 매우 강한 운동입니다. 가고 또 가고 싶은 것이 골프이며, 그 '심리'가 작동되어서 '골프 산업'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비싼 비용은 골프를 치고 또 치 는데 큰 걸림돌이 됩니다. 심하게 표현하면 골프를 포기하게 만들어 골프산업의 붕괴를 유발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이 골프장은 한국 골프장 사상 최초로 '그린피 50만 원을 넘기는 도전' 을 감행했습니다. 그리고 더욱 가관인 것은 엄청난 초기 투자비용이 투입되었는데도 개장 첫해 흑자를 꿈꾸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연 그렇게 비싼 비용을 감내하고서도 고객이 줄을 설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린피를 턱없이 올려받는 방책을 채택한 점은 정말 아쉽습니다. 골프는 누가 대신 해 주는 운동이 아니라, 스스로 끈기 있게 도전해서 한 타 한 타 스코어를 줄여나가는 도전적인 스포츠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주 골프장을 찾아야 합니다.
 

미에 피닉스 cc의 조경수인 화목(花木)의 붉은 꽃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부담 없으면서도 도전 정신 유발 골프장이 진정한 명문" 

부유층 등 특수계층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면  지나치게 비싼 돈을 들여서 호화 클럽하우스를 짓고, 바위산을 마구 쪼개고 뭉개서 거창한(?) 인공 폭포까지 배치하는 등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골프장을 지을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어렵게 설계되었다면 실패작입니다. 비용 부담 없이 언제 찾아도 새로운 맘으로 도전하고 싶은 정도로 짜임새 있게 설계된 코스를 가져야 '명문 골프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합리적인 비용으로 지은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도 하고 몸을 씻을 수 있는 욕탕이 있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초호화 시설을 갖춘 골프장을 지어놓고 그린피 등 비용을 비싸게 책정한다고 손뼉 쳐 줄 골퍼가 있을까요? 골프의 정신과 철학을 깡그리 외면한 채 오직 돈에 매몰된 한국 골프장 업주들,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입장 바꿔서 51만 원 내고 골프 친 뒤 행복해할 골프장 업주가 과연몇 명이나 있을까요?

골프장 업주들에게 호소합니다. 그대들도 지갑 여는 것이 아깝잖아요? 마찬가지로 고객인 골퍼들도 아깝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골프장을 자주 찾고 싶은 골퍼들의 '소박하고도 당연한 꿈이자 권리'를 외면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미에 피닉스 cc를 찾는 골퍼들을 반기고 있는 화목(花木). 코스 곳곳에 서 있는 이 화목의 붉은 꽃잎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게 했다.

 
일본 골프장을 직장으로 삼고 미래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반듯한 청년 A 씨 역시 고국의 골프장들이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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