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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100세 시대의 골프..."이것이 문제로다" <34>

by 마우대 2023. 3. 30.

노마지지(老馬之智). 

늙은 말의 지혜, 곧 경험이 풍부하고 숙달된 지혜라는 뜻입니다.

 

노마지지·'상감님 늙은이 대접' 필요한 시대

한비자(韓非子) 설림 편(說林篇)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제(齊) 나라의 명재상인 관중(菅仲)과 습붕(濕朋) 두 사람이 제환공(齊桓公)을 따라 고죽국(孤竹國)이라는 나라를 정벌했습니다. 그런데 갈 때는 봄이었으나 올 때는 겨울이 되어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관중이 "이럴 때에는 늙은 말의 지혜가 도움이 된다."라고 말하며 늙은 말을 풀어놓고 그 뒤를 따라가니 이윽고 길을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 산중을 진군하고 있을 때 물이 없어 군사들이 목이 말라 고통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습붕이 "개미는 겨울이면 산 남쪽에서 살고, 여름이면 산 북쪽에서 사는 것이므로, 개미집의 높이가 한 치라면 그 지하 여덟 자를 파면 물이 있다."라고 말해, 개미집을 찾아 그 아래를 팠더니 과연 물을 구할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한비자는 이를 인용한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관중과 같은 현인이나 습붕과 같은 지혜 있는 사람도 모르는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늙은 말이나 개미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그 어리석은 마음을 반성하여 성현의 지혜를 배울 줄 모르고 있으니, 잘못된 일 아닌가!"라고 질타했습니다. '늙은 말의 지혜'는 이 고사에서 나온 말입니다.

우리 속담에 '나라 상감님도 늙은이 대접은 한다'가 있습니다. 

이 속담에는 누구나 노인을 우대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노인은 인생의 현자(賢者)이다. 활기찬 노후가 보장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노인, 그들도 태어났을 땐 귀염 받았던 존재

갑자기 골프이야기를 다루면서 왜 '노인의 지혜'니, '상감님의 늙은이 대접'을 끄집어내는지 의아해하실 분이 있을 것입니다.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100세 시대로 가고 있는 지금,  '노인의 지혜'가 제대로 평가를 받고  '상감님의 늙은이 대접'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처음부터 노인은 아니었습니다. 그들도 태어났을 땐 귀염 받았던 아기였고, 한 땐 청년이었으며, 전성기로 세상을 주름잡던 중장년의 시기도 있었습니다. 단지, 단지 세월 따라 주름이 붙고  등이 굽었으며 팔다리에 힘이 빠졌을 뿐입니다.

저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제각각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있는 노인들을 봅니다.  그 어르신들은 좋아서 딱딱한 지하철 좌석에 앉는 것일까요? 적적하고 무료하니까 움직이는 겁니다. 공짜 티켓으로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 공짜 지하철을 자주 탈수록 노인들은 더 무력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분들을 볼 때마다 오버랩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캐나다 대중골프장은 노인들이 부담없이 맘놓고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캐나다 노인 여성 골퍼, 유유자적 그 자체

저는 20여 년 전에 업무차 캐나다 토론토에 갔다가 대중골프장에서 동료들과 라운드를 즐긴 적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골프장은 18홀이 아닌 13홀인가 14홀짜리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주민들 누구나 편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지형 사정에 맞게 골프장이 지어졌던 거죠.  우리 조 앞에는 70대로 보이는 여성분이 혼자서 라운드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1인 골프? 한국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장면이어서 정말 각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유심히 살펴보니 아이언으로 딱딱 온그린시키는 그 여성분의 실력은 거의 싱글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늘집이 있는 5홀에 가니 그 여성분은 자신이 쓰던 클럽을 그늘집 벽 바깥에 기대어 놓고 커피를 마시기 위해 그늘집 안에 들어가버린 장면이었습니다.

캐나다 노인들은 골프장에서도 누구에게 간섭받지 않을 수 있는 자유로움, 유유자적함을 맘껏 누리고 있었던 것이죠.  또 평일이어서 그런지 골프장 손님 대부분은 남녀 노인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은 친구들과 맘 놓고 웃고 담소하며 라운드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 장면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
 

젊은이들은 일터에서 열심히 일한다. 노인들도 젊었을 땐 열심히 일했다. 그래서 그들도 대중골프장에서 맘껏 즐길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대한민국 노인, 국가·사회 발전 기여한 功 지대

대한민국도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유사 이래 이런 장수시대를 처음 겪는 일입니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이룩한 공(功), 말할 수 없이 큽니다. 충분히 대접받을 만큼 젊었을 때 국가와 사회를 위해 노력한 분들입니다. 그런 그들을 지하철만 타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노인은 방치되면 더 외로워지는 존재입니다. 병들고 심지어는 고독사하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내몰립니다. 노인들도 당당히 어깨를 펴고 국가와 사회가 마련한 체육시설을 당당히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복지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분들이 향하는 곳이 지하철이나 공원이 아니라 체육시설, 대중골프장이 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노인 복지를 위해 엄청난 국가 예산이 소요됩니다. 노인이 건강하면 본인의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요, 국가 예산도 줄일 수 있습니다. 노인이 건강한 사회는 젊은이들이 어깨에 짊어진 건강보험료나 국민연금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한국 노인들 대중골프장 맘껏 이용할 수 있어야

100세 시대를 맞아 한국의 노인들도 체육시설 중에서 대중골프장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소망합니다. 노인들이 1주일에 한번 정도 대중골프장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노인 이용의 날'로 지정, 운용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정부에 제안합니다.
 

정부가 노인들이 부담없이 대중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노인 이용의 날'을 지정, 운용하면 어떨까.

 
이런 의미 있는 일에 회원제 골프장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해도 좋습니다. 회원제 골프장들도 사회공헌 기여 차원에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노인들에게 부담 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국민적인 박수를 받을 것입니다.  

'인생의 현자(賢者)'인 노인의 지혜가 파묻히거나 내팽개쳐지지 않고, 늙은 말의 지혜가 빛을 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대중골프장들, 회원제 골프장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노인들의 건강 증진에 일조하는 그날이 하루빨리 와주기를 소망해 봅니다.

오늘은 100세를 맞아 노마지지를 가진 노인분들이 맘 놓고 대중골프장을 이용하며 건강을 다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내용을 다뤄보았습니다.


마우대의 인생골프 이야기는 이어집니다.